퇴근길에 나선다.
뭐니뭐니해도 직장인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은 퇴근시간이다.
네온불이 희미하게
꺼져가는 삼거리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전거를 타고간다. 그렇다고 젊은이들마냥, "쌩쌩!" 달리지는 안는다. 그랬다간 넘어져 엉치뼈라도 부러지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구안동통로네거리, 선사시대유적先史時代遺跡앞을 돌아갈 때였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승용차를 피하려다 몸의 중심을 잃었다. 차는 시내쪽으로 올라가려고 좌회전을 하던 중이었다. 비틀거리던 자전거는, "콰당!" 하고 넘어졌고 나는 길한가운데 뚝하고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끼익!" 브레이크 소리가 들리더니 차가 멈춰섰다. 그리곤 운전석에서 운전자가 뛰어내렸다. 젊은 여자였다. 여인은 내앞으로 다가왔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어디, 다친데 없어요?"
시내쪽에서 내려오던 차도 멈춰섰다. 차창을 열며 운전사가 소리쳤다. 여자였다 그녀도 젊은 여인이었다.
"뭐해요. 뻘리 병원으로 모시지 않고. 할아버지 자전거를 뒤에서 들이받아놓고!"
다행스럽게 다친곳은 없었다. 결리거나 쑤시는 곳은 몸 어디에도 없었다.
창피했다. 자전거를 수습해서 길밖으로 나왔다.
"할아버지, 잠깐만 기다려요! 할아버지 병원에 모셔가려고 제가 남편을 불렀어요."
"괜찮아요. 다친데 없어요."
그녀의 남편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그녀의 남편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어르신 병원에 가시자고.
경찰서도 가기 싫지만 그보다도 더 가기싫은 곳이 병원이다.
다친데가 없었기에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병원가서 괜스레 사진찍고 무슨무슨 검사해가며 돈보태줄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난, 가기싫다고 우겼다.
자초지종을 첨부터 본듯한 오십대 초반의 건장한 남자가 중재를 한다.
"어르신께 연락처 알려주고 댁에 가시게 하면 되겠네요."
그녀의 남편이 말했다.
"어르신 폰번호 좀 알려주십시오."
폰으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시험메시지였다.
'어르신, 주무시고 나서 편찮으시면 꼭 전화주십시오'
보는 각도에 따라서 사물은 다르게 보인다.
찰라에 일어났던 사고라 달려오던 차를 내가 피하려다 일어났을 수도 있다. 목격자의 말대로 그녀의 차가 내 자전거 뒷꽁무니를 들이받았을 수도 있다.
인생길은 어떻게 걸어가느냐에 따라서 생의 방향이 달라진다.
늙은이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하겠거니.
'에그, 오늘 액땜했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기도.2/문경아제 (0) | 2018.04.04 |
---|---|
무료할 땐/문경아제 (0) | 2018.04.01 |
그만 주무시고 일어나세요/문경아제 (0) | 2018.03.25 |
꽃동산.7/문경아제 (0) | 2018.03.23 |
등굣길.2/문경아제 (0) | 2018.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