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이 조금쯤 넘은 얘기이다.
103, 104동을 담당하는 2초소에 근무할 때였다. 소나기가 억수같이 퍼붓던 어느 해 여름날이었다.
퍼부어대는 빗속을 뚫고 승용차 한 대가 올라오고 있었다.
잠시후였다. 누군가가 초소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하며 문을 열어보았다.
사십대 초반의 젊은 여인이 쏟아지는 빗속에 우산을 받고 서있었다. 어떻게 오셨냐고 물어보았더니 여인은 친구집을 찾아왔다고 했다.
초소엔 젊은 여자는 들이지 않는 게 경비원세계의 불문율이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예외없는 법은 없다고 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 여인을 세워두는 것은 도리가 아닐 듯했다. 여인에게 들어와서 얘기하시라고 했다.
여인은 서슴없이 안으로 들어왔다.
여인은 봉화 불영계곡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서울에 사는데 고향은 봉현이라고 했다. 봉현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 "봉현 잘 아세요?" 라고 반문하며 명천1리 '양지마'라고 했다.
그러면 이장하셨던 김ㅇㅇ씨 아시겠네요. 하였더니, "친구 아버지시래요!" 라고 대답했다.
그 어른, 손익계산 대단하지요? 내가 그렇게 운을 떼자,
"예, 맞아요. 동네이장하면 다 빚진다고 했는데 친구 아버지는 이장해서 돈벌었다고 해요. 그런데 아저씨는 봉현을 어찌 그리 잘아세요. 혹시 봉현이 고향이세요?"
"아니요. 난, 영주가 객지랍니다. 그러나 살아온지 30년이 넘었으니 고향이나 진배없지요. 젊어 한 때 국영기업체 징수원을 해서 그쪽 지역을 잘안답니다."
비는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여인은 심하게 쏟아지는 빗길이 무서워 104동 친구집을 찾아왔다고 했다.
힘들때 기대라고 등 내어주고, 슬플때 눈물닦아주고, 기쁠때 함께 부둥켜안고 춤추는 사람이 친구다.
억수 같이 쏟아지는 여름 소낙비 피해갈 수 있는 그 여인, 친구 하나 잘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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