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라 천 리 길을 내 어이 왔던가
촉석루엔 달빛만 나무 기둥을 얼싸안고
아~ 타향살이 심사를
위로할 줄 모르누나
진주라 천 리 길을 내 어이 왔던가
남강가에 외로이 피리 소리를 들을 적에
아~ 모래알을 만지며
옛 노래를 불러 본다
아~ 진주 한 번 가보고 싶다.
남강 가에 한 번 서보고 싶다.
남강 가에 서서 그 옛날, 가수가 되고싶어 학생복 차림으로 상경하였다는 가요황제 남인수!
남강 위 푸른하늘에 스려있을 애잔한 님의 미성 한 번 들어보고 싶다.
촉석루에 올라 흘러가는 남강물 한 번 내려다보고 싶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남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마추었내!
아, 강남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변영로, 1908~1961)
촉석루에 올라 종교보다도 깊은 거룩한 분노, 제대로 느껴보고 샆다.
강남콩보다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남실남실 떠내려가는 그 마음 바라보고 싶다.
안동의 영호루映湖樓, 밀양의 영남루嶺南樓와 함께 영남의 삼대루라는 촉석루矗石樓에 올라 선비 한 번 되어 보고 싶다.
아~ 오늘도 남강물엔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흐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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