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시 반, 학유정 놀음도 파장으로 치닫고 있었다. 엿섯시엔 판막음이 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스마트폰 벨이 울렸다. 집사람이었다.
'마흔여덟장 꽃놀이에 정신이 팔렸는데 무슨 놈의 전화람!'
그렇게 궁시렁 거리며 받지 않았더니 잠시후 벨은 또다시 울렸다.
"바쁜데 왜?"
"누가 할 소리. 뭤 하느라 바빠요. 집에 딸아가 와서 청소한다고 난리가 났으니 저녁은 아주 먹고 들어와요.
저녁먹고 올 때 마트에 들려 화장지 한 두루미와 무 한개 사와요."
부영아파트에 살고 있는 시집간 딸아이가 집에 다니러 온 모양이었다.
"알았어."
희뿌연 하늘에선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내일 근무는 힘들겠구나.'
눈이 오면 경비원은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일요일이라 식당은 쉬는 집이 많았다.
번개시장 골목길을 요리조리 헤매고 다녔더니 요행히 문을 연 가게가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국밥 한 그릇에 막걸리도 한 추발 하고싶은 맘이 굴뚝 같았지만 꾹 참았다.
시집간 딸아이가 생각났다."아빠 술 드시지 말아요!" 라던 딸아이의 말이 귓전을 때렸기 때문이었다.
늙은 아비의 건강이 염려되어 하는 딸자식의 말을 헛들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운수 사납게 장봐서 집으로 돌아가는 늙수구레한 남정네가 되고 말았다.
눈이 그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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