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유정學遊亭에서 놀다가 저녁여섯시에 헤어졌다.
친구, 경호와 저녁을 먹으러 번개시장 안에 있는 옛날 돼지국밥집으로 갔다.
얼큰한 국밥과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친구와 난 뜨건뜨건한 국밥을 퍼넣으며 막걸리 한 잔을 했다. 두 잔 마시면 취할 것 같아 한 잔만 했다.
꽃동산 못 미쳐서 친구는 불바위 쪽으로 올라가고 난 영주교회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 잔 술에 흥이 나서 노래 한 곡을 흥얼댔다.
사랑은 하늘가에 메아리로 흩어지고
그이름 입술마다 맴돌아서 아픈데
남정희의 '새벽길'은 나의 애창곡이다.
내가 스물두살이든 1967년, 당시 열여덟살이었던 여고2학년 남정희(본명 방경숙)는 이노래, 새벽길을 불렀다.
당시 작곡가 백영호가 이미자 독주의 대항마로 남정희를 발굴했다고 한다.
남정희는 이미자를 능가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고도 했다.
남정희는 10년 조금 넘게 가수로 활동하다 30대초반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후일 가요평론가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남정희가 살아있었다면 가요계의 판도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남정희의 노래, 새벽길은 영화 새벽길의 주제곡이고 영화 새벽길은 방인근의 소설,
'새벽길' 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주연배우는 남정임과 신성일이었다.
주연배우 남정임도, 주제곡을 부른 남정희도 삼십대 초반에 요절했으니 그 무슨 아이러니한 일인가.
가슴에 멍든 상처 지울 길 없어라
정답던 님의 얼굴 너무나고 무정해
흥얼대며 오다보니 어느새 최정린 시인 대문 앞에 다달았다.
밤하늘엔 별들이 초롱초롱하다. 여기서 서른 발자욱쯤 걸어가면 우리 집이다.
울면서 돌아서는
안개 짙은 새벽길
오늘도 밤하늘엔 별들이 성성한데,
한 번 떠난 가수 남정희는 돌아올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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