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우리는 이웃사촌/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 31. 11:21

청소차가 다녀간 뒤에 쓰레기장에 나가봤다.

그 많은 쓰레기를 다 싣고 갔지만 남겨놓고 간 쓰레기들도 몇 덩어리 있었다. 종이, 야쿠르트통, 과자, 라면봉지, 때에 절은 헌옷가지를 함께 담아 내어놓은 커다란 비닐봉지 같은 것이었다.

금년 1월 1일부터 시청에서 강력하게 쓰레기 불법투기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관련문서를 게시하고 방송을 하곤 하였지만 주민들은 우이독경牛耳讀經이었다. '어느 집 개가 짖느냐?' 였다.

주민들은 쓰레기 무단투기를 해대니 청소차종업원과 아파트경비원들은 아주 곤혹스럽다. 경비원 입장에서는 실어보내야 되고 청소차 측에서는 실어 가서는 안돼니 말이다. 그래도 청소차종업원들은 눈 질끈 감고 거의 다 실어가곤 했다. 경비원과 자기네들은 서로간 이웃사촌지간이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쓰레기더미에 묻혀 사는 것은 청소차종업원이나 아파트경비원이나 매일반이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주 목요일 아침에 이웃사촌들 만나면 따끈한 베지밀 한 병씩 대접해야겠다.

다른 초소와는 달리 우리 초소는 쓰레기장과 멀리 떨어져 있고 건물이 막혀 있어 일부러 나가지 안으면 청소차가 왔다갔는지도 모른다. 해서, 다른 초소처럼 힘들게 일하는 이웃사촌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도 대접하지 못했다.

배려와 이해는 상생의 윤활유 되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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