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대문을 열고 동네편의점에 박카스를 사러간다. 집사람에게 사오랬더니 안간다며 당신이 갔다오란다.
밥얻어 먹는 것도 황감한데 야밤에 심부름을 시키는 게 미안스러워 대문을 열고 길을 나선다. 빨간 불이 번떡이는 cctv 아래를 지나고 하얀 대문집 앞을 지나 최 시인댁 앞을 가로질러 털레털레 걸어간다. 밤하늘엔 섣달 열이튿날 둥그스럼한 달이 빙그레 웃고 있다. z기라도 지나갔을까 동서로 길게 하얀 길이 뚫여있다.
밤에 자다보면 쥐가 나서 고생을 할때가 이따금 있다. 자주는 아니고 이따금이다. 젊은날엔 그렇게 일어나는 쥐 때문에 고생을 많이했다.
일하는 아파트에 사시는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밤에 쥐가 날때에는 박카스 한 병 마시는 게 특효약이라고. 당신도 자다가 자주 일어나는 쥐 때문에 박카스를 머리맡에 두고 잔다고 하셨다.
밎질 것도 없는 일이다. 나으면 좋고 안 나아도 본전은 되기 때문이다. 허튼 말을 하실 할머니가 아니기 때문이다.
겨울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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