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강추위/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 24. 19:47

 

 

 

 

 

 

 

춥다. 엄청 춥다. 오늘이 금년 들어 제일 추운 것 같다.

이런 날엔 뜨근한 국밥이 최고다.

해서,

저녁 때 집사람에게 돼지국밥 먹으러 가쟀더니 혼자 다녀오란다. 하긴 묻는 내가 잘못이다. 집사람은 원래부터 그런 비리적한 돼지국밥 같은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목도리에 귀마개하고 두꺼운 장갑끼고 그렇게 중무장을 갖추고 집을 나선다. 번개시장에 있는 '옛날 돼지국밥집' 을 찾아나선다. 거리는 어둠이 드리워진다.

홀 안에는 손님 몇이 국밥에 막걸리 잔을 기우리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갔었다면 막걸리 한 잔도 반주로 하였을 것이다. 아무리 금주령이 내려졌다고 하지만 막걸리 한 잔에 목숨이 왔다갔다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뜨그운 국밥 한그릇이 뱃속에 들어가니 몸이 훈훈해져온다. 혼술이라도 한 잔 하려다 그만 두었다. 게면쩍어서였다.식당을 나섰다.

막걸리라도 한 잔 걸쳤더라면 노래 한 곡을 흥얼거리며 시장골목을 누비며 걸어왔을 것이다.

춥건 말건, 돼지 목 따는 소리라고 핀잔을 듣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목이 메인 이별가를 불러야 옳으냐

돌아서서 피눈물을 흘러야 옳으냐

사랑이란 이런가요

비내리는

호남선에

헤어지던

그 인사가

야속도 하드란다

 

애창곡 한 곡 뽑으며 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이 추운 날 밤에 두 눈 부럽뜨고 불침번 서고있는 우리동네 빨간 cctv님에게는 면목 없지만, 그렇게 한 곡조 뽑으며 골목길을 누벼가며 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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