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잠자는 권리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2. 6. 11:46

영주의 오늘아침 기온은 영하14도(08시기준)였다. 체감온도는 영하16도는 될성싶었다.

3초소에서 인터폰으로 연락이 왔다.

어제, 직원회의 때, 7일부터 아침교통정리를 하라고 소장이 지시를 하였다고 하니,

말 듣기 전에 우리조는 오늘아침부터 교통정리를 하자고 했다. 2초소 배 선배하고 의견을 조율한 것 같아보였다.

이런저런 말듣기 전에 알아서 기자는 얘기다.

내가 말했다. "영하 10도가 넘는 이 추운 날 아침에 무슨 교통정리를 한단말인가. 그러니 하지맙시다." 라고.

2초소 배 주사도 한다고 했다며 3초소 명 선배는 하겠다고 한다.

세 초소중에서 두 초소는 하겠다는데 한 초소만 안 할 수 없잖은가.

울며 겨자먹기로 8시 10분쯤 교통정리봉을 들고 초소 앞에 나가섰다.

그렇게 40여 분 서있었더니 발이 그만 꽁꽁 얼어버렸다.

어느 직장에 근무하든 주어진 일은, 해야할 일은, 반드시 해야한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러나 오늘아침에 우리가 한 아침교통정리는 반드시 해야할 필수적 업무는 아니다.

영하10도가 넘는 혹한에 하는 교통정리는 상식에도 벗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등교를 거의 했고 출근차량도 뜸한 8시 50분까지 하는 교통정리는,

말 그대로 보여주기식이기 때문이다.

나도 한 덤불에 들어가 알아서 기었으니 할말은 없다. 보호받아야할 항변권을 잃어버렸다는 얘기다.

잠자는 권리는 보호받을 가치가 없느니.

암꿩인 까투리만 사는 골에 함께 살아가다보니 어쩔 수 없이 까투리 행세도 해야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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