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시 50여 분, 아파트 뒷 마당 저쯤에 서있는 가로등 불빛이 현란하다.
저 불빛은 밤이 깊어갈 수록 점점 더 밝아질 것이다.
불빛을 바라다보며 작년 겨울에 시집간 딸아이를 생각한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짝 찾아간 딸아이는 애물단지였다. 그래도 짝을 찾아 갔으니 우리내외는 걱정거리 하나 덜은 셈이다.
이왕에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라면 학교 선생님이나 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딸아이는 학원강사다. 학원강사는 퇴근시간도 들쭉날쭉이다. 이르면 밤 11시에 퇴근이다.
딸아이는 충북대를 나왔다. 교대를 갈 수 있는 실력은 되었는데 선생님은 싫다고 했다. 그러나 졸업 후 얻은 직장이 학원강사였다. 이왕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라면 교대를 졸업해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제격으로 가르치면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하긴 딸아이만 탓할 수도 없다. 그 아버지에 그딸이기 때문이다. 나도 딸아이 같은 전철을 밟았기 때문이다.
피흐름은 유전이다. 같은 맥락으로 성격도 자식에게 이어진다.
아빠는 옆집 아저씨만큼도 못하다고 종알거렸다는 딸아이 떠올리며 허허허 웃어본다. 나를 빼닮은 딸아이를 생각하며 빙그레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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