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일이다. 직장동료들로부터 들은 얘기라 사실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여려 동료들이 입을 모아 얘기했던 것으로 미루어, '사실적 얘기'아니겠느냐' 에 무게가 실린다.
y시 인근에 있는 m읍은 사과와 인삼이 특산물이었고 비단과 약제도 많이 생산되었다.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m읍은 관광수입도 짭짤했다.
말하자면 물산이 풍부한 그러한 고을이었다. 조선시대라면 조정의 권력자에게 상납 잘하는 탐관오리들이 눈독을 들일만한 구미가 당기는 고을이었다.
m읍장은 별명이 김늑이었다. 감늑이란 김가 성을 가진 늑대라는 뜻이란다. 김늑은 성은 김 씨요 이른은 명산이었다. 그러나 이름보다는 세인(世人)들에게 별명으로 많이 회자(膾炙)되었다.
속이 컴컴한 그는 읍의 일꾼인 청소원을 동원하여 자기집 과수원 일을 시켰다고 했다. 주위에서는 '죽일놈 살릴놈' 해됐지만 곰같은 김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른 그가 직원들과 줄죽이 엮이어 대구검찰청 안동지청에 출두했다. 기박을 좋아하는 그가 도박혐의로 검찰에 출두한 것이었다. 그가 직원들과 함께 퇴근 후 숙직실에서 도리짓고땡을 했다는 풍문이 나돌았다.
김늑이 조사를 받으려고 자식같은 젊은 검사앞에 서게 되었다.
그때였다.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
김늑이 자식 또래의 젊은 검사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김늑이 검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검사님! 모든 잘못은 상관인 저에게 있습니다. 직원들은 잘못 없습니다. 그러니 검사님, 제발 저만 처벌하시고 직원들은 선처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엎드려 빕니다."
아연실색한 젊은 검사가 그 자리에 주저머리앉아 김늑을 일어켜세우며 말했다.
"읍장님! 왜이러십니까? 일어나십시오. 부하직원들이 보고 있잖습니까? 그러니 일어나십시오."
검사의 말은 이어졌다.
"여러분, 읍장님 같은 훌륭한 상관을 모시고 근무하시는 여러분은 정말 행복하시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부럽습니다."
검사는 읍장이하 직원 모두를 무혐의처분했다고 전해졌다.
어제 고스톱을 치면서 패가 안 좋아 쉬며, 고스톱을 즐겨쳤다는 공무원 선배 김늑 읍장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그 어른도 이제 여든의 중반은 넘어섰을 터, 기력이나 좋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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