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아침부터 난리가 뒤집어졌다.
멀쩡하던 집사람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아이구 배야. 아이고 엄마, 나죽네!" 라며 나뒹굴기 사작했다.
조금 전까지 사과를 얇게 쪼개어 사과쪼게를 만들고 있던 집사람이었다.
사과를 아주 얇게 썰어서 볕 좋은데 잘 말려 단지속에 갈무리 해두면 겨울에 아주 훌륭한 군것질거리가 된다.
거덜떠보기도 싫었지만 엄살만은 아닌 것 같아보였다.
"어젯밤에 뭐 잘못 먹은 것 없나?"
"없다니까."
"아침엔."
"먹긴 뭘 먹어, 맨입이지."
죽는다고 숨넘어갈듯한 사람이 또박또박 대답은 잘 한다.
'젠장. 대답은 잘 한다니까' 그렇게 궁시랑거리며, "옷입고 병원에 가보자!"고 고함을 질렀다. 아무래도 집사람은 위경련이 일어난듯 했다. 집사람은 그 고약한 성격 때문에 위경련이 가끔 일어나곤 했다.
집사람 엄살은 보통이 아니었다. 조금만 아프면 아이고 죽네사네 하면서 사람을 못살게 하기 때문이다. 엄살은 나이 들어가면서 더해진둣 했다.
집사람이 해대는 모양새는 꼭 돌아가신 아버지 같았다.
아버지는 당신 몸이 조금만 안 좋으면 가족들을 달달 볶아댔다. 당신몸은 늘 천금같이 여기셨다.
젊은 시절, 고향에 살때였다. 중간마을에 사는 동명형님댁에서 개를 잡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보신탕을 아주 좋아하셨다.
저녁을 잡수시며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점심때, 동명네 집에 개잡던데 가서 뒷다리 하나 가져올라카다가 안 가져왔네."
그때 우리 집 가족중에서는 보산탕을 먹은 사람은 아버지뿐이셨다.
어머니 그 말씀이 끝나기 무섭게 어머니를 노려보시던 아버지는 급기야, "아이고 나죽네!" 하시며 방바닥에 벌렁 들어눕는다.
구수한 보신탕 냄새에 도취한 아버지는 그렇게 방바닥에 들어눕고야 말았다.
"아이고 머리야. 아이구 나 죽네!"
보신탕은 아버지를 생머리를 앓는 나이론 환자로 만들고 말았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집사람은 성정머리가 시아버지인 아버지를 빼닮았다. 그것도 어찌 보면 인연일지도 모른다
"대문 앞에 나가있어. 택시 불러올게."
큰길에 나가서 택시를 불러왔다.
"저렇게 아프만 119를 부르셔야지요."
'야. 이 양반아. 내사 119를 부르던 택시를 이용하던 당신이 뭣때문에 참견인데. 내 식구 내가 당신보다 훨씬 더 잘 알아. 나보다 나이도 훨씬 어린듯한 사람이 웬 훈수질이야. 그리고 뭐 동네방네 소문 낼 일 있어. 사이렌 앵앵 울리고 경광등 번쩍번쩍 비춰가며 대문을 나서서 이웃에게 알릴 필요가 있느냐고.'
대체로 택시시기사는 응급환자는 꺼린다. 그러나 시민은 어쩔 수없이 다급한 일이 있으면 택시를 이용해야한다. 특히 우리같이 차가 없는 사람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택시기사가 응급환자를 꺼리는 것은 잘못되면 뒷처리가 성가셔서 그를 것이다.
진료를 끝낸 의사가 말했다.
"보호자님, 잘 들어세요. 위경련이 좀 일어났습니다.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고요. 조금. 주사실에 가서 주사맞고 원무과에 가서 처방전 받아가세요. 삼일분 약 드시고 호전이 없으면 그땐 정밀 검사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그래, 그렇지. 집사람 위경련 어디 한 두번 겪어보나. 내가 반의사는 된다니까.'
오늘 우리 내외는 서로 병원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 나는 오후 1시 10분, 서울 아산병원 소화기내과에, 집사람은 오전 10시 안동병원 안과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
내야 이길로 서울에 올라가면 된다지만 집사람은 스스로 일어킨 뜬금없는 그 위경련 소동으로 병원행을 취소하고 말았다.
아침부터 운수 사나운 오늘 같은 날은 살얼음 위를 걸어가듯이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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