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아파트에 사는 명하는 간호사다.
인천, 가토릭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새내기 간호사다.
올봄에 김천대학 간호과를 졸업한 스물네 살 아가씨다.
명하는 맘이 여리고 착한 아가씨다. 그래서일까 눈물이 많다.
101동 희정이, 103동 송하와 함께 명하는 내가 정을 듬뿍 준 아이다.
명하를 맨첨으로 만났을때가 2005년 5월이었다. 정년퇴직을 한 다음해인 2005년 5월에 난 명하네가 사는 아파트에 경비원으로 취업이 되어 일하러 갔었다. 그때 명하는 12살 초등학교5학년이었다.
그해 언젠가 아파트마당에서였다. 껑충껑충 마당을 뛰어다니며 놀던 명하가 날보고 쪼르르 달려왔다. 명하가 자랑을 했다.
"아저씨, 저 부반장 됐어요!"
"오냐. 그래, 좋겠구나."
"예, 기분 좋아요."
그러던 명하가 어느새 스물네 살짜리 아가씨가 되었다.
어제 낮에 엄마와 함께 어디로 외출을 나가는 명하를 만났다.
명하의 인사를 받은 뒤,
"그래, 집에 다니러 왔구나. 근무는 할만 하느냐?" 라고 물었더니 명하엄마가 대신 대답했다
"우리 명하, 보건직공무원 시험준비하겠다며 집에 내려왔어요."
'그랬었구나. 명하가 병원을 그만 뒀구나.'
그 언젠가 며늘아이가 말했다. "아버님, 간호사 노가다예요!선후배 위계질서가 칼날같고 근무도 엄청 고되요." 며늘아이는 그당시 순천향대학교부천병원에 근무하고 있었다.
며늘아이는 그 다음해 저갈길로 날아가 버렸다.
"명하야! 공무원시험 힘든 것 알지. 열심히 공부하거라!"
"예, 아저씨."
멀어져거는 명하 뒷꼭지를 바라보며 속살거렸다.
'열심히 공부해서 꼭 합격하거라. 합격하면 아저씨가 꽃다발 선사하마. 치킨파티도 열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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