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경비일기/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0. 27. 15:16

 

 

 

 

 

 

 

 

 

아침, 순찰시계를 거머쥐고 순찰을 돈다. 하루일과는 이렇게 순찰로 시작된다.

101동 뒤 소나무 밑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뒷목이 따끔했다. 벌이 쏘고 날아갔다. 벌은 적을 쏘고 침이 빠지면 죽는다고 한다. 쏘인 목이 무척 쓰라려 온다. 아파트 아랫마을에 양봉을 치는 집이 있다. 벌은 그집에서 날아 온 듯 했다.

저녁때 약국에 들려 암모니아수라도 사다가 발라야겠다.

오늘은 아침부터 운수가 사납다.

 

아침 열 시쯤 되어서다. 119구급차도, 경찰순찰차도, 아파트마당에 도착했다.

또, 그 어정쩡한 할머니가 경찰에, 소방서에 신고를 한 모양이다. "우리집 바깥양반이 집에 불지를려고 한다!"라고. 멀쩡한 그집 바깥어른 오늘도 흉악범으로 몰렸을 것이다.

에그, 그 어른 얼마나 상심이 크랴. 가슴앓이는 또 어떻고.

 

아파트경비원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자다. 콜센터 안내원처럼 감정노동자다.

운수 나쁜날, 이런저런 사람들로부터 받는 상처가 가슴에 생채기로 남는다. 그 생채기를 치유하려고 나는 글을 쓴다.

 

낮 두 시 테레비젼 앞에 앉았다.

무주구천동의 비경이 화면에 떠오른다.

그래 저 비경을 폰에 담자. 가슴 확 뚫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