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한 잔술과 노래 한 곡에 세월은 간다/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1. 1. 21:13

선배 두 분과 이틀에 한 번꼴로 만나는 절친 경호와 함께 저녁을 먹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다.

하늘엔 별 하나 보이지 않는다. 캄캄한 하늘은 구름으로 잔뜩 덮혀있다. 밤사이 비라도 내릴 모양이다. 낼 아침 출근길은 서글퍼겠다.

저녁 먹어며 소주 두어 잔 했더니 속이 부대낀다. 소주 두어 잔에 속이 불편한 것은 몸이 약해졌다는 증거다. 그래서 웬만하면 술자리는 피한다.

 

궂은 비 하염없이 쏟어지는 영등포의 밤

내 가슴에 안겨오는 사랑의 불길

 

소주 두어잔에 노랫가락이 흘러 나온다.

오기택이 부른 영등포의 밤이다. 젊은 시절 참 좋아했던 노래였다. 중저음 가수 오기택의 목소리는 참으로 매혹적이었다. 밤길을 걷다가 골목길 전파사에서 영등포의 밤이 흘러 나오면

분위기가 그만이었다.

나는 노래를 잘 부른다. 여기서 잘 부른다는 것은 좋아한다는 뜻이지 잘 한다는 뚯은 아니다.

 

고요한 적막속에 빛나던 그대 눈동자

아~ 영원히 잊지 못할 영등포의 밤이여

 

고단했던 하루의 피로를 소주 한 병으로 풀면서 영등포의 밤을 소히높여 불러대던 구로공단의 젊은 근로자들도 이젠 일흔의 나이에 접어들었겠다.

노래와 함께 세월도 그들의 청춘도 흘러가버렸다.

 

저쯤에 집이 보인다.

우리집이 보인다. 내노래도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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