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밖 하늘이 파랗다. 전형적 갈하늘이다.
파란 하늘위에 새털구름이 어디론가 부지런히 가고 있다.
점심도 먹지 않고 무엇이 저리 급해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앞만보고 내달리까?
그렇게 궁시랑거리는 사이 구름은 흔적도 없이사라져버렸다.
그대는 아시는가? 구름이 흘러간곳을.
중학교1학년때였다. 반에 황정심이라는 여학생이 있었다. 정심이는 체격이 아주 좋았다.
부잣집 맏며느리 같았다. 맘도 온순하고 넉넉했다.
정심이는 노래를 잘 불렀다. 고음처리도 시원시원하게 잘했다.
음악시간이면 선생님이 꼭 정심이에게 노랠 시켰다. 노래가 끝나면 아이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60여 명의 아이들이 쳐대는 박수소리에 교실은 떠나갈듯 했다.
정심이는 먹뱅이에서 강 건너에 있는 계곡따라 한참을 올라가야하는 돌마래미 마을에 집이 있었다.
집이 가난했던 정심이는 1학년도 채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뒀다.
공부도 노래도 뛰어나게 잘 하던 친구였는데.
정심이는 면소재지 학교였던 가은국민학교를 나왔고,
난 소재지에서 시오 리쯤 떨어진 문양국민학교를 졸업했다.
왠일일까?
오늘따라 56년 전의 옛 급우 황정심이가 생각나는것은 왜서일까 ? 살아있다면 이젠 정심이도 많이 늙었겠지.
가을은, 얼굴조차 희미한 옛 동무를 떠올려 주는,
나이든 노인네의 가슴에 잃어버린 옛 시절을 되살려 주는, 고마운 계절이다.
늙어버린 노인네의 희미한 눈에 하얀 눈물 샘솟게 하는 그런 고약한 계절도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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