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픽션

벽공(碧空).1/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9. 14. 13:39

괴짜 시인 김관식이 거나하게 술에 취해 삯지게를 타고간다.

관식이 지게꾼에게 묻는다.

"이놈아, 내가 무겁냐?"

술에 곯대로 곯아 삐쩍 마른 김관식이 무거울 리 없었다.

"한개도 안 무겁니더. 해깝합니더!"

지게꾼은 먹고살려고 한양땅에 올라온 경상도 사람이었나보다.

관식이 지게꾼에게 일갈(一喝)한다.

"이놈아, 나는 곤륜산보다도 태산보다도 더 무거운 몸이니라! 알겠느냐?"

관식의 술주정 소리를 들어며 홍제동 사람들은,

 "아 이제 관식이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라고 하며 빙그레 웃었다고 했다.

 

등단시켜 달라고 떼쓰고 지분거리고 욕을해대니 어쩔 수없이 미당은 관식을 문단에 추천해줬다고 한다.

미당의 처제 방옥례를 낚아채 갈때만해도그랬다. 방옥례는 형부집에서 언니네 가족과 함께 살았다고 했다.

어여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한 천하의 김관식이 그런 그녀를 가만 둘리 없었다.

매일같이 찾아가 처제 달라고 떼쓰고 욕지거리 해대니 미당도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김관식이 어떠냐고 미당이 넌지시 운을떼니 옥례는 기겁을하고 도망가더라고 했다.

미운정도 정이라고 했던가.

작심하고 내집처럼 살다시피 하는 관식에게 미당도 처제 옥례도 두 손발 모두 들었다고 했다.

급기야 관식은 옥례를 아내로 맞이했다고 한다.

관식은 오 육십년대, 천상병 시인과 함께 문단의 소문난 주당이었다고 한다.

'이 세상 소풍끝내고 간다!'

생명의 소멸을 그렇게 삶의 한조각으로 보았던 인생의 가치도 두 괴짜 시인은 비슷했다.

1934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관식은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동국대 농학과를 중퇴했다.

학교에서 교편도 잡았고 신문사 논설도 쓰던 관식은 1970년 8월 30일 서른 여섯의 젊은 나이로 타계했다.

세상을 바람같이 살다 바람처럼 그렇게 가버렸다. 1952년 시집, '낙화집' 을 남겼다.

'미니 픽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좀 봐요/문경아제  (0) 2017.09.20
신우도 못보잖아/문경아제  (0) 2017.09.17
장날.1/문경아제  (0) 2017.09.12
아주 귀한 손님 /문경아제  (0) 2017.09.10
이웃.3/문경아제   (0) 2017.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