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을 함께 문우로 지내온 어느 지인의 블로그에 들어가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데,
"딩동딩동!" 초인종이 쉼없이 울린다.
집사람 보고 나가보라고 했더니 교회꾼이라며 싫단다. 되레 나보고 나가보란다.
그 무슨 왕국회관 신도라는 사람들은 시도때도 없이 걸핏하면 찾아와 5분동안만 얘길해보자며
사람을 붙들고 늘어지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왠 예의없는 사람들이람!' 들릭락말락 그렇게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대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이람. 대문밖에는 우리 집 예쁜 큰 손녀딸 신우같은 놈, 세 녀석이 서있는 게 아닌가.
"최정희 있어요?"
새 녀석은 입을 가자런히 모아 고렇게 종알댔다.
한 녀석은 키가 살망하고 또 한 녀석은 우리 신우만 하고 나머지 한 녀석은 신우보다 작았다.
"최정희?"
"예. 최정희요!"
요번에도 세 녀석은 가지런히 함께 대답을 했다.
"최정희네 집은 저어기 빨간 담 다음 집이란다."
"아, 예!"
세 녀석은 나폴나폴 정희네 집을 향해 걸어간다.
날씨가 희뿌얘서 기분이 칙칙했었는데 고 귀한 손님 세 분,
꼬마숙녀님들이 내기분을 아주 상쾌하게 만들어놓았다.
오늘은 어딜가도 기분 좋을 일만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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