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픽션

이웃.3/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9. 8. 09:09

저녁때였다.

담너머 뒷집에서 젊은 새댁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가서 한 시간만 놀다와!"

목소리가 참 곱다.

아이가 엄마에게 놀러가자고 떼를 쓰는 모양이었다. 떼를 쓰는 꼬맹이를 엄마는 그렇게 달래는듯 했다.

꼬맹이는 다섯 살쯤 되보인다고 언젠가 집사람이 말했다.

뒷집엔 집사람또래의 할머니도 계신다고 집사람이 일러줬다.

몇달전, 뒷집 할머니가 그렇게 말했다고 집사람이 전해줬다.

 

"이사오던 날, 떡 드릴려고 찾아가이 안 계시디더!"

 

할아버지와 꼬맹이 손주사이에 도란도란 나누는 정담이 담넘어 올때도 있다.

며칠전 저녁엔 담너머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왔습니다!" 목소리는 곱고 또렸했다. 하루일을 끝내고 돌아왔다는 어른들께 드리는 며느리의 인사였다.

 

어디선가 "멍멍!" 하고 개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머잕아 초저녁별이 뜨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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