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픽션

친구.1/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9. 6. 13:18

이따금 문득문득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김용운이라는 친구다. 그 친구는 가은읍내 철길너머 왕능2리에 집이 있었다.

학교다닐 땐 그렇게 작지도 크지도 아니한 보통키였다.

1971년 제대를 하고 집에서 농삿일을 거들며 공무원시험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해 여름이었다. 저녁나절이었다. 마을에서 2k쯤 떨어진 관산들에 있는 닷마지기 논을 매고 집으로 돌아오던 참이었다.

부릉거리며 달려오던 빨간 오토바이가 "끼익!" 하고 마찰음을 내며 내 앞에 멈춰섰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키가 엄청컸다. 또래의 청년으로 보였다.

"니 동한이 아이가!"

멀대같이 키가 큰 오토바이 운전자는 중학교 동창인 용운이었다.

"그래, 니 용운이아이가! 우리 참 오랜만이다. 잘 지냈나?"

"그럼, 난 특등국민 아이가. 그러니 잘 지냈지. 타라!"

그렇게 해서, 제초기를 오른쪽 어깨에 매고 신작로를 터덜터덜걸어가던 나는 제초기를 짐받이에 싣고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나, 월남갔다왔다."

"그래, 무사히 귀국했구나. 반갑다."

"아이다. 쪼메 다쳤다!"

"어디를."

"걱정 안해도 됀다. 기냥 쪼메 다쳤다."

용운이는 마을앞 동구밖에 나를 내려주고 쏜살같이 오던 길을 달려내려갔다. 집에 들려 좀 쉬었다 가라고해도 손흔들며 내빼버렸다.

그 뒤,어느 친구에게서 들었다. 그 친구 월남에서 전투하다 장기 하나를 잃었다고.

그후론 용운이를 만나지 못했다.

 

그로부터 4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다.

그 친군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있을까? 특등국민, 아니 이젠 특등할아버지가 되었을 그 친구는 그 어드매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나보다 한 살 적은 친구였으니 살아있다면 나이 일흔이 되었을 텐데. 이 가을에 특등국민, 친구 용운이가 아련한 추억되어 내게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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