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보름전 일이었다.
막걸리가 먹고싶어서 밤열시 넘어서 퇴근길에 막걸리 한병을 받아왔다.
집에 도착해서 따끈한 물에 샤워하고 컵에 가득따라서 벌컥벌컥 마셨다. 집사람 몰래 마셨다.
살다보면 그렇게 술 한잔이 생각날때가 있다.
조금 지나자 취기가 엄습해왔다. 속이 울렁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화장실에 직행해서 좌르르 설사를 해버렸다.
답답해서 방에서 거실로 나간 것 같은데 집사람이 날 두드려깨웠다.
"눈떠, 눈떠요!"
집사람이 흔들어깨우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으응, 알았어!"
"눈은 왜 꼭감고 있어. 눈떠봐요. 눈!"
시간이 한참 흘렀다. 열한시가 넘었다.
잠자리에서 집사람이 말했다.
"술먹지 말아. 술먹다 죽어면 신우도 못보잖아."
집사람은 내가 눈을 꼭 감고, "푸우푸우!" 하며 숨을 몰아쉬어서 겁이 났다고했다.
"그래, 이젠 진짜 술 안먹을게! 한잔술에 이렇게 취하는 데 술먹지 말아야지. 술먹다 죽어면 당신 말처럼 신우도 못보지. 아직은 죽어면 안되지."
신우는 내가 세상에서 젤 좋아하고 사랑하는 우리집 큰 손녀딸이다. 열한 살 초등학교 4학년이다.
'그래, 우리 신우를 위해서라도 내가 아직은 죽어면 안되지. 조금은 더 살아야지.'
그날밤, 캄캄한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가던 멋적은 내 미소는 무슨 색깔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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