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만 원짜리 지폐 한장의 가치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7. 22. 12:15

 

수년전에 이런 광고가 있었다.

 

"만 원 가지고는 시장도 못가요."

"만 원으론 친구와 영화도 못봐요."

 

만 원 한장으론 주부는 시장도 못간다 했다. 여대생은 친구와 영화도 못본다고 했다.

요즘도 우리집사람은 만 원짜리 지폐 한 장 거머지고 신바람나게 홈플러스로 달려간다. 지독한 또순이다. 그런 집사람이지만 그래도 많이 변했다. 이따금 외식도 하자하고 밥하기 싫다면서 식당에서 시켜먹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어제 오전 10시쯤엔 쓰레기장에서 분리수거를 하고있었다.

쓰레기장은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고 간 쓰레기들로 엉망진창이었다. 이 더운 삼복염천에 쓰레기장은 그렇게 몸살을 앓고있었다.

참으로 더웠다. 후덥지근했다. 땀에 젖은 옷이 몸에 착착 감겨오고 있었다. 그렇게 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일을 하고 있을때였다. 한 달에 몇 번 보일까말까하는 101동에 사시는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가 쓰레기장에 나오셨다. 혼자 사시기에 쓰레기도 별로 없을 것이고 그러니 할머니는 그렇게 뜸하게 쓰레기장에 나오실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나오셨네요."

"예, 더운데 욕보니더. 디기 덥지요? 어지간 더버야지요."

"예, 확확 찌니더. 억시기 덥니더."

 

주머니를 뒤적이던 할머니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 손에 쥐어주시며,

 

"아재, 이거 가이고 오늘 점심때 시원한 냉우동 한 그릇 사 드시소. 새마을마트 옆에 있는 중국집 냉우동이 먹을만 하디더."

 

라고 하셨다.

 

"모친요. 우리같은 경비원은 늘상 쓰레기장에서 살다시피하니더. 쓰레기분리수거는 늘 하는 일이니더. 우리가 해야할 일일시더.그라이 이 돈 못받니더."

 

정중하게 사양을 하며 쥐어주는 돈을 되돌려주려하자 할머니는,

 

"그게 아니시더. 우리가 쓰레기를 잘 내버리면 이 더운날, 아재가 고생을 덜 할 꺼 아입니까? 미안해서 드리는 거시더. 그카이 아무소리 말고 받으시소."

 

시장도 볼 수없고 친구와 둘이서 영화구경도 못한다는 만 원권 지폐 한장은 그렇게 크나큰 가치로 변해 내게로 다가왔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참으로 운수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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