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혼자 산다
바람처럼 드나드는 그녀의 발소리도 말소리도 없다
바람을 먹고 사는 바람꽃이 찾아오는 날은
그녀를 떠나 있던 물 긷는 소리도 오고
밥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온다
헌 집은 소리들, 미세한 소리들로 차고 기운다
후박나무 그림자가 더욱 길어지고
그녀는 후박나무 아래서
바람을 더듬는다 바람의 여린 뼈가 만져진다
그녀는 주름투성이의 입술을 문다
후박나무 잎새들이 검게 변한다
헌 집이 조금씩 산기슭으로 옮겨간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질식/김혜순 (0) | 2017.08.02 |
---|---|
접시꽃 사랑.1 (0) | 2017.07.02 |
노욕(老慾)/문경아제 (0) | 2017.06.12 |
부활/문경아제 김동한 (0) | 2017.06.08 |
미국의 역사 (0) | 2017.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