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집/김윤배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6. 19. 08:44

 

바람이 혼자 산다

바람처럼 드나드는 그녀의 발소리도 말소리도 없다

바람을 먹고 사는 바람꽃이 찾아오는 날은

그녀를 떠나 있던 물 긷는 소리도 오고

밥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온다

헌 집은 소리들, 미세한 소리들로 차고 기운다

후박나무 그림자가 더욱 길어지고

그녀는 후박나무 아래서

바람을 더듬는다 바람의 여린 뼈가 만져진다

그녀는 주름투성이의 입술을 문다

후박나무 잎새들이 검게 변한다

헌 집이 조금씩 산기슭으로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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