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쌍둥이ㅡ 양보의 대가/감상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 2. 08:39

 

언니는 모르겠지, 그해의 봄 소풍을

반숙된 달걀에선 병아리가 나왔고

사라진 보물종이가 영원한 미궁인 걸

 

두 발은 위태로워 네 발이 필요했어

날개 없는 말개미가 꼭대기에 오르듯이

나 대신 이어 달렸던 언니만의 거친 호흡

 

서로의 옷을 입고 고백했던 그런 하루,

강에 버린 구두 대신 목발을 짚었을 때

우리는 만쥬를 가르며 용서하고 있었어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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