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화장실 청소/정동현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11. 9. 12:42

 

아 글쎄

이렇게 냄새나는 화장실을

날 보고 청소하래.

 

아 글쎄

저 지저분한 변기들을

날 보고 닸으래요.

 

집에선 손끝 하나 까딱 않는 귀여운 말광냥이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하신 이 몸에게

 

아 글쎄 하필이면

냄새나는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거야!

 

"누군가는 해야겠지."

투덜대는 등 뒤로 들려오는 굵은 목소리.

 

아차! 선생님께서 다 들으셨구나.

축 처진 발걸음으로 화장실을 들어서는데

 

선생님께서는 어느새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변기를 힘차게 닦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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