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햇무리 아이들/신수진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 2. 14:25

 

뻥 뻥

하늘 머얼리 공이 달아나고

우르르르

아이들이 공을 쫓아 솟아오르면

한낮의 둥근 태양도 갈 길 잊고

공을 따라 뛰어간다

 

아이들 함성이

이리 콩 저리 콩

발끝에서 발끝으로 날아다닐 때

데굴데굴

온종일 흙강아지들은

축구공과 하나되어 바람을 만든다

 

밥짓는 냄새가

둥실둥실

마을을 들어올리고

아이들의 빨개진 얼굴 너머

바쁜 해가 후다닥 뛰어갈 때

흰쌀밥 소복한 엄마 웃음

 

지구를 짊어진 듯 무거운 학원 가방

줄넘기도 과외받는 1등 아이

달빛 싣고 달리는 엄마 차에 이끌려

책에서 책으로만 굴려다녀도

 

까무잡잡한 햇무리 아이들은

시험지의 동그라미보다

더 큰 동그라미를

하늘 높이 햇무리에 그린다

 

-<2017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동시부분 당선작>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지/윤동주  (0) 2017.02.01
그냥/문삼석  (0) 2017.01.04
가랑잎 편지/문경아제  (0) 2016.11.13
화장실 청소/정동현  (0) 2016.11.09
아침/문경아제  (0) 2016.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