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풀꾼먹이 날' 이란 것이 있었다.
풀꾼은 풀베는 사람, 즉 머슴을 일음이다. 소에게 먹이려고 못자리나 모심기 논에 퇴비를 하려고 풀꾼은 풀을 베었다. 풀베는 일은 무척 힘든 작업이다. 못자리나 모심기논의 풀로는 떡갈나무 잎이나 싸리나무 햇순이 좋았다. 풀짐은 아주 무거웠다.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좁다란 계곡길을 내려오자면 다리가 휘청거렸다.
풀꾼먹이 날은 풀꾼을 위한 날이었다. 그날은 집집마다 음식을 장만하고 술을 걸러 풀꾼들을 걸판지게 먹였다. 국수를 한 버지기(자배기의 경상도방언) 끓여 오는 집도 있고, 전을 푸짐하게 부쳐오는 집도 있었다. 어떤 집은 수제비를 한 솥 끓여서 내오기도 했다.
풀꾼들은 그날 그렇게 진탕 먹고 마시며 신명나게 놀았다.
술이 얼큰하게 취하면 풍물놀이패가 한 마당 놀아났다. 열두자 상모가 현란하게 재주를 부렸다. 꽹과리 소리는 귀청을 찢어댔고 북소리는"둥둥" 징소리는 "징" 하고 둥그런 원을 그리며 멀리멀리 날아갔다.
그렇게 잘 놀다가 판막음엔 꼭 싸움이 붙곤 했다. 술이 화근이었다. 멱살드잡이를 하고 장고가 골목길에 나뒹굴었다. 징이 깨지고 북이 부셔졌다.
풀꾼들은 억눌린 감정을 그렇게 표출했다. 너도나도 술에 취해 누구도 말리려 들지 않았다. 싸움도 일상이려니 그렇게 생각했다.
어정 칠월은 그렇게 지나갔다.
덥다. 힘들게 살았던 옛날, 그때는 요즘처럼 덥지는 않았다. 어릴 때 보고 겪었던 풀꾼먹이 날을 떠올리며 빙그레 미소 지으며 더위를 식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