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저녁이 하얀 개망초 사이를 어정어정
늦장 부리며 걸어와도
당신은 익숙한 시간에 발소리 앞세워
오지 않으실까
현관 앞에 귀 걸어 둡니다
기다림에 지칠 때쯤 왠지 닮은 듯한
기침 소리라도 귓전을 스쳐오면
바짝 곤두선 시신경이 현관 앞을 서성이다
섧게 돌아서곤 합니다
숱한 날들을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오지 못할 그대란 걸 알면서
자글자글한 나이테 온 몸을 휘감도록 베란다
너머너머 아득히 초점 없는 눈빛 보내놓고
그래도.....
혹시나.....
또 기다립니다
다시 복사꽃 피고
여름 낮이 지루하게 찾아와도 여전히
오지 못할 그대에게 길 들여 지지 않는 것은
주홍빛 붉은 마음 접지 못해 통째로 쓰러지는 아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