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엄무선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8. 11. 14:50

여름 저녁이 하얀 개망초 사이를 어정어정

늦장 부리며 걸어와도

당신은 익숙한 시간에 발소리 앞세워

오지 않으실까

현관 앞에 귀 걸어 둡니다

기다림에 지칠 때쯤 왠지 닮은 듯한

기침 소리라도 귓전을 스쳐오면

바짝 곤두선 시신경이 현관 앞을 서성이다

섧게 돌아서곤 합니다

숱한 날들을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오지 못할 그대란 걸 알면서

자글자글한 나이테 온 몸을 휘감도록 베란다

너머너머 아득히 초점 없는 눈빛 보내놓고

그래도.....

혹시나.....

또 기다립니다

다시 복사꽃 피고

여름 낮이 지루하게 찾아와도 여전히

오지 못할 그대에게 길 들여 지지 않는 것은

주홍빛 붉은 마음 접지 못해 통째로 쓰러지는 아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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