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날 오후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8. 13. 13:44

성너머 동네 신씨 어른이 삿갓쓰고 손에 깔대기 말아쥐고 새터동네 뒷산을 오른다.

오뉴월 염천의 따가운 햇살이 삿갓꼭지에 사정없이 꽂힌다.

"낼, 장들 보하러오시오. 바지게 지고 깽이나 사까래 가지고 오시오.

낼, 장들 보하러 오시오. 바지게 지고 깽이나 사끼래 가지고 오시오"

신씨 어른은 산을 내려오는데 앞산 밤나무골에서 메아리 소리 들린다.

"낼 장들 보하러 오시오. 바지게 지고 깽이나 사까래 가지고 오시오오어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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