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되자 두 손녀딸이 내려왔다.
우리 내외는 손녀딸이 내려오면 좋기만 한데 딸아이는 아주 싫어한다. 학원강사인 딸아이는 오후 늦게 출근을 해서 밤 늦게 퇴근을 한다. 학교가 방학이 되어서 그런지 요즘은 일찍 출근하고 좀 일찍 퇴근한다.
아이들이 내려오는 것을 딸아이가 싫어하는 이유는 이렇다.
매일같이 어린 질녀들 머리 감기고 목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자기네들만 편하려고 조것들을 내려보내지.내가 노는 사람도 아닌데, 누가 모를줄 알고.' 딸아이는 그렇게 공시랑대며 지 오라비와 올케를 욕하곤 한다.
두 손녀딸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무서워하지 않지만 고모는 아주 무서워 한다. 여섯 살배기 막내손녀딸은 집사람이 밥을 먹으라고 하면 맛이 없어 안먹는다고 하지만 딸아이가 먹어라고 하면 꿈쩍없이 먹는다.
요즘 큰손녀딸은 지 고모에게 수학을 배운다. 큰손녀딸은 수학성적이 좋지 않다고 했다.
큰손녀딸은 유치원 다닐때 노래고 율동이고 다 잘했다. 그래서 늘 앞줄에 섰다. 그런데 막내는 농땡이다. 잘 하는 게 별로 없다. 노래도 율동도 시원찮으니 선생남은 우리 막내 손녀딸을 뒷줄 구석에 세운다고 했다.
그렇게 농뗑이인 막내도 잘 하는 게 딱 하나있다. '말' 이다. 말은 청산유수처럼 잘 한다. 막내손녀딸은 타고난 달변가다.
"시우야, 이리 온!"
막내는 쪼르르 달려와서 내 팔을 베고 눕는다.
막내를 꼭 껴안아주며 말했다.
"우리 시우도 노래도 율동도 잘할 수 있지. 그러치."
"응"
막내는 고개를 까닥거렸다.
두 손녀딸은 내가 살아있어야할, 살아남아야할 동기부여를 해주는 아이들이다. 그래, 내사랑 손녀딸들아. 맑고 밝게 잘자라다오. 쑥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