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을 먹고난 뒤였다. 양치질을 하려가서 물 한 바케츠를 들고 왔다.
그렇게 물을 떠다 놓으면 손도 씻고 열기가 오를 때 시원하게 낯도 씻을 수가 있다. 또 밥먹고 그릇도 헹글 수 있다.
초소안이 답답해서 밖으로 나오려고 방충망:을 열었다. 그때였다. 바케츠에 떠다놓은 물을 먹고있는 털복숭이와 맞닥뜨렸다. 나를 본 털복숭이는 발길을 돌렸다.
"괜찮다. 목마른데 먹어라!" 엊그제 밤에 쫓아버린 것이 미안해서 괜찮다며 먹어라고했다. 하얀 털복숭이는 들은척 만척 그렇게 스리슬쩍 초소 앞을 돌아 어디론가로 가버렸다. 가까운 이웃에 사는 개 같았다.
'저 털복숭이는 내가 초소에 없을 때 마냥 물을 먹고 갔겠지. 그럼 여태껏 개와 함께 저 물을 공동으로사용했단 얘긴데...'
그리 생각하니 털복숭이가 괘씸했지만 함께 살아가는 이웃인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바케츠물은 그 녀석이 못 마시게 덮어버리면 그만일 것이다. 조그만 프라스틱 그릇에 물을 담아 놓으면 그녀석이 먹고 가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