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옛정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7. 31. 11:07

어제밤엔 당직을 섰다.

당직을 설땐 모두들 더워서 잠을 못잔다고 하지만 나는 잠자는 것은 여건에 구애받지 않는다. 11년 전, 새내기 경비원으로 처음 초소에 왔을때, 그날밤에도 나는 잘도 잤다. 모두가 잠을 설친다는 근무 첫날밤부터 그렇게 잘도 잤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당직을 서는 날은 잠이 모자라기 마련이다. 샤워를 하고 대충 아침을 떼우고 자리에 누웠다. 집사람이 깨우기에 일어났더니 아홉시 반쯤 되었다. 전화가 왔다며 받으라고했다.

경모 아버지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경모네는 10여 년 전, 담 하나를사이에 두고 함께 살아가던 이웃사촌이었다. 옛정이 그리워 전화를 한 듯했다. 오늘 낮에 점심을 함께 하자고 했다. 10년만에 하는 재회니 흘러간 세월만큼 변했을 것이다. 불로장생하려던 시황제도 세월앞엔 속수무책이었는데 우리 같은 범인들이 뭘 어쩐단 말안가. 가는 세월 앞에 그저 몸뚱이를 내맡길 수 밖에.

옛정을 되찾아 준 경모 아버지께 감사말씀 전한다. "경모 아버지 고맙습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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