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쉼터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6. 19. 23:27

 

동네 가까이에 쉬어갈 수있는 쉼터가 있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다. 쉼터는 세상살이 하노라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잠시라도 누일 수있는 아늑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파트 주변엔 근린공원이 있다. 내가 일하는 아파트에도 '동산공원' 이 있다. 사람들은 공원에 설치되어 있는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윗몸일으키기, 허리돌리기, 팔굽혀펴기를 하며 체력을 증진한다. 가까운 친구들끼리 정자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나누며 소주 한 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지나간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며 앞산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노래소리를 벗삼아 첫사랑 분이를 떠올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다리쉼을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해 내일에 대비를 한다.

밤, 시계를 보니 열시가 다 되어간다. 오늘은 철야를 해야하는 당직이다. 초소안이 후덥지근해 바깥으로 나왔다. 저쯤에서 아담한 중년여인이 초소 앞으로 사뿐사뿐 걸어온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예, 안녕하세요. 그런데 누구...?"

"아이 참, 선생님도. 저 106동1⊙⊙⊙호 살잕아요."

그러고보니 여인은 슬기엄마였다.

"아아 슬기엄마."

"공원에 산책나왔는데 선생님이 보이기에 만나뵈러왔어요. 근데 로테이션 안 되나요. 언제쯤 우리 동네로 다시 오시나요."

"아, 예에. 그 동네 못 갑니다."

"아니 왜요. 왜 못 오시는데요?"

"내려올때 쫒겨왔거든요."

"예에?"

슬기엄마는 이외라는듯 그렇게 되물었다.

그냥 때되면 올라간다고 하였으면 되었을 것을, 말을 하다보니 그만 하지 말았으야 할말을 하고 말았다.

슬기엄마의 표정엔 진정성이 제대로 담겨 있었기에 그렇게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실은 진실로 답해야 하는 것이 도리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간의 사정을 슬기엄마에게 가감 없이 소상히 밝혔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는 안 보이시기에 초소간 로테이션이 있어서 내려가신줄 알았습나다. 가슴이 많이 아팠겠습니다. 선생님의 인품과 성실하심을 늘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이따금 승강기벽에 올리시는 글도 그립기만 했습나다. 언제 한 번 찾아뵈려고 했는데 오늘 이렇게 우연찮게 뵙게 되었네요."

"어눌한 사람 만나서 무슨 짝에 쓰게요."

"어눌하시다니요.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선생님."

우리는 그렇게 세상사 인생사를 나누며 얘기의 삼매경에 빠져버렸다. 앉지도 안고 초소앞에 멀뚱이 서서 그렇게 얘기를 이어나갔다.

"어머,저기 우리 집 아저씨 오네요. 가봐야겠네요. 선생님 다음에 뵐게요."

그녀의 남편은 젊은날 같은 직장에서 함게 일하던 동료의 조카였다.

"당신 그기 있었네."

"어떻게 내려왔어요?"

"어떻게 내려오긴, 당신이 안와서 찾아 나왔지."

 

"어이 슬기 아빠 오랜만일세. 그래, 삼촌은 잘 계시는가?"

"예,  안녕하십니까? 삼촌, 잘 계십니다."

슬기 엄마내외는 그렇게 산동네 106동으로 올라가고 나는 초소로 들어왔다. 시계는 정확히 10시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영부영 하는 사이 시간은 어느새,11시가 넘어섰다. 소등을 하고 잠을 청해본다. 내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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