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단오날 아침의 단상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6. 9. 12:03

아침, 식탁에는 초코파이 한 개와 빵 두 조각 보리차 한잔이 올라왔다.

나이들고 언제부턴가 아침을 그렇게 때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늘은 단오인데'조금은 서운했다.

예년 같으면 쑥떡에, 삶은 미나리무침에, 하얀 쌀밥 한 그릇에,하다못해 꽁치 두세마리쯤은 올라왔는데.

얼핏 서운한 마음이 스쳐갔지만 잠시였다.그게 아니었다.

집사람은 몸 오만 곳이 다 아프다고 하는 종합병원이다. 밥이라도 끓여먹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하기야 단 한군데 아프지 않은 곳이 있긴 하다. 입이다. 집사람의 입은 옛날 건강했을 때나 앉으면 아프다고 푸념하는 지금이나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한 마디하면 집사람 입은 두세 마디는 거뜬히 해댄다.

하기야 입이라도 건강해야 살지. 그래야 예쁜 손녀딸들 내려오면 토닥토닥 쌈이라도 하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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