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에 참으로 오랜만에 서천둔치를 한바퀴 빙돌아왔다.
일하는 아파트 앞산 언덕배기에는 아카시아꽃이 피어난지 오래인데 둔치 언덕에는, 이제 막 꽃들이 피려고 한다. 아카시아꽃은 피어나려고 그렇게 폼을 잡는데 길섶에는 야생화들이 한창이다. 얼핏 지나쳐보면 볼품없는 풀꽃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볼 수록 예쁜 꽃이 야생화이다. 물론 풀꽃은 화려하지도, 현란하지도 않다. 그러나 세심히 관찰을 해보면 풀꽃에서는 시골색시같은 순수함과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하고많은 꽃 중에서 저 풀꽃들이 야생화로 피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 물론 불가에서는 인연의 고리라고 할 것이고 기독교에서는 신의 안배에 의해 그리 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름모를 풀꽃을 하염없이 들여다보다가 잠시나마 철학의 상념에 빠져들고 말았다.
둔치 억덕길에 아카시아꽃 내음이 그윽히 풍기는 날 다시 찾아오기로 다짐하면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