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겨울, 우리 집 사랑방에는 농촌봉사활동을 나온 한양대학교 문리과대학학생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중학교2학년이었다. 대학생형들은 골목에 풀도 뽑고 청소도 하고 서툰 지게질도 해가며 깜냥껏 농사일을 거들었다.
대학생형들은 밤이면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쳤다.우리는 홍만기형님에게 영어를 배웠다. 만기형님은 영문과4학년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만기형님에게 영어회화를 배웠다.
대학생형들은 무료할 땐 노래를 곧잘했다. 그때 형들이 잘 부르던 노래, '검은 장갑'을 어깨너머로 듣고 배웠다.
나이 어린 우리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쳐 주던, 노래를 잘 부르던, 그 형들도 이젠 모두 일흔 대여섯은 넘었을 게다.
형님들! 새터 동네 잊지는않았겠지요.인생길 쉬어갈 때 가끔씩 생각하시구려.아름다운동네,새터를.
헤어지기 섭섭하여 망설이는 나에게
굿바이 하며 내미는 손 검은장갑 낀손
할 말은 많아도 아무 말 못하고
돌아서는 내 모양을 저 달은 웃으리
할 말은 많아도 아무 말 못 하고
돌아서는 내 모양을 저 달은 웃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