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한 개도 잘난 것도 없네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5. 12. 20. 10:47

 

1971년 3월, 제대를 하고보니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모두 시집을 가버리고 없었다.

 데리고 놀만한 딸아이들은 그렇게 한 명도 없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했다. 몇 살 적은 동생뻘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놀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친구 둘이와 종귀 동생 종희와 승희 동생, 승자와 영숙이 아자매를 데리고 쌍룡계곡을 찾아갔다. 목고개를 넘고 가실목 고개도 넘고 농암장터를 거쳐 하느물 숲(대정大井)을 지나갔다. 그렇게 이 십여 리를 걸어서 쌍룡계곡 초입에 있는 내서마을에 다달았다.

동네입구에는 그 동네에 사는 듯한 아가씨 서넛이 진을 치고 있었다.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대며 올라오는 우리 일행이 못 마땅했던 모양이었다. 그 중의 한아가씨가 우리일행의 위 아래를 죽 훑어보더니 이렇게 내뱉았다. "개코도 한 개도 잘난 것도 없네. 다아 그렇고 그러네!"


44년이 지나간 까마득한 옛 얘기다. 그 도도한 아가씨 어딘가에 살아있다면 지금도 또래의 낯선 영감님들을 보면 이렇게 말을 할 것이다. "다아 그렇고 그러네. 개코같이 한 개도 잘 생긴 영감탱이는 없네!"

'길따라 물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한은행 영주지점  (0) 2015.12.22
겨울그림  (0) 2015.12.20
명재고택  (0) 2015.12.14
제8회 영주아리랑 정기공연  (0) 2015.12.06
동부교회.2  (0) 201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