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동행은 분명 아름답다. 손 맞잡고 함께 걷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누렇게 말라버린 달꽃이 떨어지면 새잎은 움이 터겠지.
세상 많이 변했다. 저 트랙터를 우리 또래 세대들은 초등학교교과서에서만 보았다.
트랙터가 평탄작업을 한 밭이 바다처럼 넓다.
저 오작교엔 칠월칠석날 밤이면 까막까치 날아오겠다.
니그네 쉬어가라고 지어놓은 쉼터다. 배려도 동행처럼 아름답다.
한정교(寒亭僑)다. 산아래 마을이 한정마을이다.
저 멀리 알칸대한 영주공장이 보인다.
시절은 어수선해도 자연의 섭리따라 계절은 어김없이 바뀐다. 돌다물이 파랗게 촉을 틔었다.
뒤질세라 쑥도 파랗게 돋아났다.
현대1차아파트 후문 올라가는 나무계단이다.
집사람과 함께 이따금 들리는 칼국수집이다.
소가 끄는 달구지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달구지를 모를 것이다. 지금의 화물차와 같은 운송수단이다.
연자방아돌이다.땅꼬마 어릴 적, 저 연자방돌을 돌리는 소를 보았다. 눈을 감긴 소를 몰이꾼이 몰고 뱅글뱅글 돌며 연자방아를 찧었다. 어린 눈에 참으로 신기하게 보였다.
질메와 바소구리도 보인다.
물지게도 있다. 초등학교6학년 때 나는 물지게로 물을 길었다. 샘길은 집에서 한참을 가야했다.
날씨가 포근하다. 바람도 불지않는지라 체감온도는 훨씬 눅게 느껴진다.
해거름해서 엊그제마냥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다. 오늘은 엊그제처럼 새다리(제2가흥교)쪽으로 자전거를 몰지않고 가흥다리(제1가흥교)방향으로 자전거핸들을 돌렸다. 다리를 건너선 자전거는 스리슬슬 군말없이 잘도 달려간다. 추우면 자연스레 몸은 움츠러들게마련이데 포근하니 한결 자유롭다.
한절마를 돌아선 자전거는 어느새 오작교 앞을 지나간다. 오작교, '까막 까치가 놓은 다리'다. 그래 올 칠월칠석날 밤엔 집사람데리고 오작교에 들려 삼겹살 한 번 구어먹어야겠다. 지난해 여름 칠석날 놓은 다리 보수 공사하러 까막까치가 분명 날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AS가 신통찮지만 까막까치 같은 새는 완벽하기 때문이다. 새들이 다리 보수 공사를 어떻게 하는지 한쪽 눈 지그시 감고 볼터이다. 잘 봐 달라고 돈 몇푼 앵기면 집사람 한눈팔 때 부리나케 받아서 속주머니에 깊숙이 감출 일이다. 그렇게 해야만 가벼워지는 지갑을 메꿀 수 있는 일이렸다.
한정교(寒亭橋)앞에 저전거를 멈춘다.
寒亭橋라. 허구한 이름두고 왜 하필 한정교인가. 저 산아래 동네가 한정마을이다. 먼 옛날 할배 할매들로부터 그리 불러왔을 터 그리알면 될 일이거늘.
늦어지면 저녁밥 못얻어먹겠다. 더 늦어지기전에 쌔기가자구나. 저녁밥 굻으면 나만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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