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에 직장이 있는 막내는 설을 닷세 앞둔 1월 20일 화요일날 내려왔습니다. 설날 근무가 걸렸다며 예년보담 조금 일찍 내려왔습니다.
경기도 의왕에 살고 있는 큰아들 내외는 두 손녀딸과 함께 수요일 오후 늦게 내려욌습니다.
오랜만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가족이 함께 모였습니다.
목요일날 점심때 온가족이 거실에 빙 둘러앉아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온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였습니다.
절간같은 집안이 시끌벅적 했습니다. 가족은 체온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집합체지요.
딸아이와 박서방이 빠진 게 무척 아쉬웠습니다.
설날, 아이들의 새배를 받고 조상님께 제를 올렸습니다.
못난 후손 용서하시라며 엎드려 절을 했습니다.
우리 집 큰손녀딸 신우는 올해 열네 살입니다.
삼월이면 중학생이 됩니다.
신우는 설날인 오늘이 생일입니다.
해서 우리 집은 어느 해나 설날 조상님께 제례를 올린 뒤 생일 축하 케익을 짜르며 신우 생일을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김신우 생일축하합니다!"
온 가족이 생일축가를 부르며 신우의 생일을 축하해줍니다.
애비는 신우에게 스마트폰을 선물했습니다.
집사람은 애비에게 30만 원을 계좌입금시켜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스마트폰은 할머니가 손녀딸에게 해주는 선물이지요.
신우는 스마트폰을 받아들자마자 곧바로 개통을 시키더니 친구들과 속닥거렸습니다.
조그만 손을 재바르게 놀려댔습니다.
단축키를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신우는 그림을 잘 그립니다.
덕장초등학교 교문에 걸려있는 현수막 그림은 우리 신우가 그렸다고 합니다. 글씨는 친구가 썼다고 하고요.
신우와 동무가 합작해서 뚝딱 현수막 하나는 만들었다지요.
신우는 글도 잘 쓰고 리코드 연주도 잘 합니다.
우리 집 큰손녀딸 신우는 어릴 적, 참 예뻤습니다.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런 손녀딸이라 걸리기가 아까웠습니다. 아이가 네살이 될 때까지 서천둔치길을 걸을 때도, 골목길을 걸을 때도, 등에 업고 다녔습니다.
그랬던 손녀딸 신우에게서 언제부턴가 예쁜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커가는 모습은 변화무쌍하지요. 시시 때때로 모습이 바뀌지요. 그러니 우리 집 큰손녀딸 신우도 머잖아 꼬맹이때의 그 예쁜 모습을 되찾을 것입니다.
막내는 목요일밤에 올라갔습니다.
큰아들 내외와 두 손녀딸은 설날인 어젯밤에 올라갔습니다.
만들기를 잘 하는 아홉 살짜리 막둥이손녀딸은 올라가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좋은 집에 사시라며 풍광(風光)이 수려한 양지 녁에 아름다운 집 한채를 지어주고 갔습니다.
설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아이들이 다 가버린 우리 집은 산사(山寺)처럼 고즈넉 합니다.
그러나 우리 두 내외 가슴엔 아이들의 예쁜 웃음이 머물러있기에 마냥 외롭진 않습니다.
재잘거리는 아이들 입 떠올리며 빙그레 웃으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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