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에 뇌졸증으로 생을 마감한 대한민국 가수 박상규가 병석에서 투병할 때 이렇게 말했다.
"빨리 나아서 무대에 서 보고 싶다!"
그러나 박상규는 그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2013년 타계했다. 향년 72세였다.
가수가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섰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처럼 문인도 펜을 잡고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것은 세익스피어 같은 대문호나 문경아제 같은 무명의 글쟁이에게나 똑 같이 공유되는 불변의 법칙이다.
오늘도 나는 안방 조그만 앉은뱅이책상위에 놓여있는 노트북에 부지런히 글을 쓴다.
노트북좌판을 타닥타닥 두드리며 부지런히 글을 쓴다.
글속엔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 작은 아버지가 계시고,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할아버지도 계신다.
젖먹이 때 밤하늘 아기별이 되어버린 땅꼬마 내동생도 글속에선 만나볼 수 있다.
목고개도 연갯들도, 폐교가 된지 이미 오래인 모교 문양국민학교도 글속에 들어있고,
내가 군에서 제대했을 때 연분홍빛접시꽃처럼 사랑스러웠던 열아홉 꽃띠 아가씨 희야도 있다.
모래알처럼 많고 많은 그리운 이들과,
이강산 낙화유수를 만나보려고 난 오늘도 노트북좌판을 부지런히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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