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둔치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빨리도 천천히도 아니게 스륵스륵 달린다.
삼판서고택 아래 언덕엔 아카시아꽃이 한창이다. 향긋한 꽃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꽃향기 중에서는 아카시아꽃이 으뜸이다. 감히 따라올 꽃이 없다. 있으면 손들고 나와보라.
연분홍빛 마꽃도 제철을 만났다.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시골색시 같은 마꽃을 찰칵해서 폰에 옮겨놓았다.
모두가 사는 것이 고만고만했던 어린시절, 그때엔 먹거리가 무척 귀했다.
그시절엔 저 야생마도 캐어서 뿌리를 구어먹거나 생으로 질겅질겅 씹어먹었다.
날것으로 그냥 먹으면 달짝지근했고 구어먹으면 구수했다.
흐르는 세월따라 까까머리 소년은 일흔에 귀 세개가 붙은 노인네 되었다.
고향마을 뒷동산기슭에 피어난 아카시아꽃 한아름 꺽어다주던 단발머리 누야도 여든줄에 들어섰다.
세월은 공으로 흐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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