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집 담벼락에 으라리꽃이 피어났다.
토종 큰으라리꽃이었다.
곱다. 참 곱다.
산길을 걷다가 별처럼 생긴 꽃이 눈앞에 나타나자 고운 꾳의 자태에 반해,
"으아!" 하고 감탄을 한다해서 꽃이름이 '으아리꽃'이 되었다고 한다.
으아리꽃은 6~7월에 개화를 한다고 다음백과는 풀이하고 있다.
그런 으아리꽃이 저렇게 일찍 피어난 것은, 지구온난화로 개화시기가 많이 앞당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주택가 담벼락은 으라리꽃이 서식하는 산기슭보다는 한결 따뜻할테니 더 일찍 피어났을 것이다.
며칠 뒤 그집 대문앞을 지나가다가 주인장을 만났다. 나보다는 열살쯤 연배인 듯 했다.
"며칠 전 길가다가 어르신 집앞 담장에 피어있는 으라리꽃을 보았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저는 고향이 문경입니다.
저 으라리꽃을 바라보면서 고향생각을 했습니다.
옛날 어릴 적, 고향동네 뒷산에서 저 으라리꽃을 보았습니다. 고향동네 뒷산에는 으아리꽃이 많이도 피어있었습니다."
그렇게 운을 떼자 그 어른은 이렇게 대답을 해왔다.
"예, 안정 용산마을 뒷산아래 우리 집 밭이 있습니다. 밭 뒷산에 자생하는 으아리넝쿨을 뽑아다가 심어놨더니 고맙게도 저렇게 꽃을 피웠답니다."
오늘도 그 집앞을 지나가는데 으아리꽃이 걸음을 멈추게 했다.
열흘 전, 첨 만났을 때만해도 상아빛깔의 고운 꽃이었는데 많이 시들었다.
'花無十日紅'이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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