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시민운동장 앞에 있는 축협에서 평소 가까이 지내던 몇몇 문우들과 만남을 가졌다.
모임에 나온 문우는 A시인, 소릿꾼 J시인(여), K시인(남) 늘 해맑은 웃음을 선물하는
비타민 K시인(여)과 필명이 문경아제인 나, 김동한이었다.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 한 살가운 만남이었다.
우린 쇠고기전골에 소주한잔을 곁들이며 시와 사랑을 얘기했다.
불우한 천재시인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를 나즈막이 읊을 땐
전라도 황토길을 절룩이며 걸어갔을
초췌한 시인의 행색을 맘속에 그리며 눈시울을 붉혔고,
A시인이 보릿가시에 관한 일화를 들려줬을 땐 우린 손뼉치며 웃어제쳤다.
이제 곧 찔레꽃이 피면 봄날은 가버리고 여름이 오려니.
여기, 불우했던 천재시인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를,
1960대 한국을 대표했던 시인 김수영의 시 '풀'을 올려본다.
보리피리
/한하운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 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 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 ㄹ 닐니리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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