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당화2/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4. 4. 21:40

 

 

 

 

 

며칠 전,

길가던 젊은 과수댁이

대문을 열고 들어서서 말했다

오갈데가 없어요

어르신 딸내미라고 생각하시고

비어있는 문간방 좀 빌려주세요

올봄만 머물다 갈게요

 

배시시 웃으며 얘기하는

젊은 과수댁 입이

장작불 속살같기에

이것 저것 물어보지 않고

널름 방을 내주었다

 

실수였다

천려일실의 실수였다

새댁은 정신이상자였다

오늘 오후 학유정에 놀다가

해가 뉘였뉘였할 때 돌아와보았더니

과수댁은 산당화나무아래 쌓아놓은 나뭇단에

불을 싸지르고 말았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불길에 부채질을 해대는데

젊은 과수댁의 해설픈 눈웃음에 넋이나간

경찰관과 소방관이 남의 속을 뒤집어놓는다

 

"어르신,

나뭇단 하나밖에 타버린 게 없는데

저 젊은 애기 엄마

훈방조치해도 되겠지요?"

"빌어먹을 노무 자식들 뭐라카노

방화는 강력범죄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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