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3. 16. 12:00

봄날

   /문경아제 김동한


송골재 넘어가는

좁다란 오솔길에

빨간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났습니다


그날도

진달래는

곱기만 했습니다.


번드네 마을

조총각과

송골동네

연희 처자는

사랑을 했다네요

얼리꼴라리 얼리꼴라리

사랑을 했다네요


조총각은

곰보였답니다

연희 처자집에서

사위로 들이길

한사코 반대했지요


바람에 한잎 두잎

붉은 꽃잎 떨어져내리던 날

젊은 두 연인은

수면제 몇 알 입에 털어넣고

떨어질세라

손 맞잡고

양지 녁 언덕아래서

깊은 잠에 떨어졌지요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떨어져 내린

빠알간 꽃잎

두어 장이

조총각 얼굴을 뒤덮고 있는

곰보자국 서너개를

메워주고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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