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양길에 나섰다가
오후네시쯤 집에 돌아왔다.
서울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왔던지라 배도고프지 않았다.
해서, 세면(洗面)하고 옷갈아입고 학유정으로 직행했다.
학유정엔 장이서지 않았다. 종호형님밖에 없었다.
장꾼이 없었기에 형님은 댁으로 돌아가셨고, 나도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너무 일찍 집에 들어가기엔, 그러기엔 왠지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동네한바퀴돌자!'
그렇게 맘먹고 빙글빙글 동네를 돌기시작했다.
개나리연립 창아랜 봄의 전령(傳令) 산수유가 노랗게 꽃을 피웠다.
산수유는 복수초와 할미꽃과 함께 이곳 영주지방에서는 가장먼저 피어나는 부지런한 꽃이다.
경호친구네집 정원에도 해마다 복수초와 산수유가 제일 먼저 꽃을 피우곤 했다.
雪中梅라지만 영주지방에선 아니다.
매화는 복수초와 산수유, 할미꽃 다음에 핀다.
다른 지방에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소백산 동쪽, 아랫고을인 경북 영주지방애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우리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웃집 마당, 높다란 나무가지엔 새집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너랑 우리랑 한마당에서 한 하늘 이고 함께 살자!'
그렇게 새에게 구애(求愛)하며 새들이 쉬어가라고,
나뭇가지에 새집을 걸어놓은 주인장의 맘이 참으로 넉넉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뉘집 담장아래 텃밭에 피어난 삼동추꽃이 참 곱다.
삼동추꽃도 산수유꽃처럼 노랗다. 아주 샛노랗다.
어린 삼동추는 뜯어다 밥비벼먹어면 그야말로 꿀맛이다.
골목갈을 돌아가다보니 60, 70년대 전통가옥, 고려후형기와집이 보인다.
오랜만에 만나보니 왠지모르게 정겹다.
어느 집 담너머로 갓 피어난 매화 한가지가 보인다.
梅香이 그윽하다.
옛날 당나라에 鄭谷이라는 시인이 있었다.
齊己라는 스님이 '早梅'라는 시를 들고와 정곡에게 조언을 구했다.
前村深雪裏 昨夜數枝開
앞 마을이 눈에 묻혔는데 어젯밤에
매화 몇 가지가 피었구나.
정곡이 대답했다.
제목이 일찍 피는 早梅이기에 數枝開를 一枝開로 고치면 좋겠다고.
그렇게 고쳐서 퇴고를 해보니 시가 확 살아나더라고 했다.
고친 것은 단 글자 한자였다. 시란 그런 것이다.
한 글자만 배워도 스승이다.
'一字師'는 그렇게 유래되었더고 한다.
뒷골목 돌아돌아 눈에 띄는 옷가게도,
식당도,
손님으로 넘쳐나길 기원해본다.
대박나길 기원해본다.
곳간에서 인정난다고 했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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