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자알 한다/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3. 9. 12:04

집사람이 멀리 외출이라도 하면,

동네구멍가게에 들려 막걸리 한병을 받아오곤했다.

벌컥벌컥 한 사발 마시곤 방바닥에 벌렁드러누워 천정 올려도보며 한곡조 뽑아대곤했다.

 

목이메인 이별가를 불러야 옳으냐

돌아서서 피눈물을 흘러야 옳으냐

사랑이란 이런가요

비내리는 호남선에

헤어지던 그 인사가

야속도 하더란다

 

"잘한다. 가수다!"

그렇게 자화자찬을 서슴치 않는다.

2절까지 계속이다.

 

목이 메인 이별가를 불러야 옳으냐

속는 줄을 알면서도 속아야 옳으냐

죄도 많은 청춘이요

비내리는 호남선에

떠나가는 열차마다

원수만 같더란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의사가 완전금주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집사람이 없을 때엔 노래는 계속 불러댄다.

천정 올려다보며 손바닥으로 방바닥 두드리며 박자맞춰가며,

자칭가수 문경아재의 노래는 끊임없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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