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펼쳐진 책을 정리했다.
천 시인 만나면 시집 한 권, 박 아무개 선배 소설가 만나면 또 한 권! 그렇게 모인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옆방으로 옮겼는데도 또 그렇게 재여져있었다.
"저 책들 저러케 내버려두면 대문밖에 마캉 내버리니대이!"
집사람이 그렇게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딸아이가 시집을 가기 전이었다. 귀중한 책 한 권이 없어졌다. 초등학교시절의 교과서였다. 범인은 틀림없이 딸아이 같았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었다.
"선아야, 니가 아빠책 내버렸지?" 그렇게 물어보면, 딸아인 분명, "아빤 왜 생사람 잡아요!" 라며 조그만 눈 샐쭉 치켜뜨고 대들 것이었다.
명명백백한 일인데도 엉덩이를 빼고 말았다. 딸아이와 붙어서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설령 이긴다한들 돌아오는 것은 왕따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수년 전에 딸아인 시집을 갔다. 그래서 우리 집 서열은 아내가 1번이요 내가 2번이다.
그런대로 책이 정리되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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