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눈을 치우며/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1. 24. 19:12

 

 

 

첫눈이 내렸습니다.

아침부터 내리던 늦가을비는 열한시쯤에 눈으로 바꼈습니다.

눈은 펑펑쏟아졌습니다. 눈은 그 옛날 고향마을 건들빼기 밭에 피어난 새하얀 목화송이같았습니다.

그렇게 펑펑 쏟어지던 눈은 낮한시쯤에 멎었습니다. 내린 눈은 어림잡아 7cm가량 될성싶었습니다.

서설(瑞雪),첫눈치고는 꽤 많은양이었습니다.

꿈과 낭만으로 가슴을 가득채웠던 젊은날엔 첫눈이 내리면 그 어딘가로 무작정 걷고싶었습니다. 내리는 눈맞으며 지향없이 걷고싶었습니다.

 

"스륵스륵 뚝딱뚝딱!" 종가래로 눈을 치웁니다.

오늘 근무자는 아파트진입로와 마을 안길, 지하주차장입구에 염화칼슘 뿌리느라 꽤나 분주했을 것입니다.

눈을 다 치우고 방에 들어갈때까지 집사람은 카카오스토리에 얘기꺼릴 올리너라고 여념이 없는 듯했습니다.

우리내외는 둘다 sns에 매료된 상태입니다. 나는 개별 블로그에, 집사람은 카카오스토리에 열성적이니까요.

나보다 열살 연상인 옆집 아저씨는 삼년전엔가 지병을 얻어 시설에 가있습니다.

가장이 와병중이니 그집 아주머니가 눈을 치웁니다. "스륵스륵 뚝딱뚝딱!" 종가래로 눈을 치웁니다.

집사람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습니다. 그리곤 독백(獨白)처럼 되뇌입니다.

'여보, 당신은 내가 요정도라도 건강하니 오늘같은 날 궁상스럽게 눈을 안 치우니 행복한줄 알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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