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유정(鶴遊亭)에서 知人들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땐 다섯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흐린날씨였는지라 주위는 어둑어둑했습니다.
집사람은 현관앞 마당에서 오늘아침에 길 선배님이 담너머로 던져놓은 푸성귀를 다듬고 있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쭈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집사람이 측은해보였습니다.
"추운데 들어가세!"
그렇게 말을하자 집사람은 군말없이 내뒤를 따라 현관으로 들어섰습니다. 추웠던가 봅니다.
방에 들어선 집사람이 말했습니다.
"저녁도 해야되고. 에그 밥하기 싫네."
집사람은 밥하기 싫다고 했습니다.
'하긴, 날 만난이후, 46년간 계속 밥을 지어왔으니 밥하기 싫을 때도 되었지.'
"밥하기 싫으면 우리 칼국수 먹으러 갑세. 우리가 이따금 즐겨먹던 칼국수에 돼지고기 수육 한 접시 먹고 옵세."
아내가 밥하기 싫다하는 날이면 아내를 데리고 그렇게 칼국수집에 들려 칼국수에 돼지고기수육울 먹고 오곤했습니다.
오늘저녁도 우리내외는 칼국수집에 들려 외식을 하고 저기 저 골목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삼십대 젊은 시절 저기 저 골목길 가근방에 셋방살이할 때였습니다. 아닌 밤중에 집사람이 난데없이 단술이 먹고싶다고 했습니다.
아내가 먹고싶다는 단술을 받아오려고 기독교병원 앞까지 족히 1km도 넘는 길을 주전자를 들고 걸어갔다 왔습니다.
똑딱똑딱 시계는 쉼없이 갔고, 세월은 흘렀습니다.
흐르는 세월속에 그때의 젊은이는 일흔에 귀 두개가 붙어버린 노인네가 되었습니다.
나도 당신도, 태산을 옮길 듯한 力拔山氣蓋世의 그 어떤 항우장사도 흐르는 세월은 막을 수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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